신라사연재글

2006년 소년한국일보 연재 10 - 신라의 거대무덤

영양대왕 2006. 5. 14. 21:53

10회 - 시내 한복판의 초대형 무덤들
조상의 영혼이 사는 곳으로 여겨 거주지 주변에 만들어 제사 지내

신라 최대 무덤인 황남대총. 무덤의 높이가 23 m에 이른다.

●돌무지덧널무덤 형태 도굴 안 당해

경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대릉원은 신라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대릉원에는 무덤 안을 훤히 볼 수 있는 천마총과 신라 무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황남대총ㆍ미천왕릉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에는 이 대릉원 외에도 로동동에 봉황대고분ㆍ서봉총ㆍ금관총이 있습니다.

또 삼릉ㆍ오릉 등 시내 곳곳에는 왕과 귀족의 무덤이 많이 보입니다. 이처럼 대형 무덤들이 시내 한복판에 모여 있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삼국 시대 사람들은 죽은 조상이 무덤에서 영혼의 형태로 살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 때문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무덤을 거주지 주변에 만들었던 것입니다. 4∼5 세기에 조성된 대릉원의 무덤들은 지하나 지상에 나무로 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담은 널과 물건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나무 상자 위에 돌을 쌓고, 그 위에는 흙을 산처럼 쌓아 무덤의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무덤을 ‘돌무지덧널무덤’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무덤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무 상자가 썩게 되고, 돌무지가 흙과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도굴범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라 무덤에서는 고구려ㆍ백제의 무덤과 달리 유물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는 1973년 경주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황남대총을 발굴, 무덤 안을 공개하자는 계획을 짭니다. 그래서 황남대총 옆에 있는 작은 무덤을 실습용으로 먼저 발굴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곳에서 화려한 금관과 금제 허리띠ㆍ고리자루 큰칼 등 1만 점이 넘는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무덤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는 유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514년에 죽은 22대 지증왕의 무덤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천마도'로 높은 예술 수준 짐작

이 무덤이 바로 천마총입니다. 천마총으로 불리는 이유는 출토된 유물 가운데 이채로운 말 타래에 그려진 한 쌍의 천마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말 타래는 말의 옆구리를 가리는 물건입니다. 이 천마도는 신라인이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림이자, 신라의 예술 수준이 무척 높았음을 보여 주는 귀중한 유물입니다.

고구려 장천 1호분의 기린 그림과 무척이나 닮아 있는 이 그림은 구름 위를 날아가는 천마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400년경 삼국은 큰 무덤 만들기 경쟁

황남대총에서는 천마총에서 나온 것보다 더 놀라운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황남대총은 두 개의 무덤 봉분을 연결한 부부 무덤(쌍무덤)입니다. 동서 80 mㆍ남북 120 mㆍ높이 23 m의 초대형입니다. 발굴에만 2 년 4 개월, 발굴 인원만 3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는 금관을 비롯해 비단 벌레의 날개 수천 개로 장식해 만든 말안장 앞가리개 등 7만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 남쪽 무덤은 무기류가 많은 60대 남성의 무덤으로, 금동관은 나왔지만 금관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쪽 무덤은 15 세 여성의 무덤으로 화려한 금속 장신구가 많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금관이 나왔습니다.

금관이 여성의 무덤에서 나왔다는 것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추측만 할 뿐, 두 남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한편 삼국은 400년쯤에는 큰 무덤을 만드는 경쟁을 합니다. 고구려는 태왕릉과 천추총을 만들었으며, 백제는 석촌동 3호분, 신라는 황남대총을 만듭니다.

심지어 왜국도 인덕천황릉과 같은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크고 화려한 무덤을 만들다 지친 것일까요? 고구려는 한 무덤에 부부가 묻힐 수 있는 석실을 만들면서 무덤을 그리 크지 않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신라 역시 6 세기 때에는 무덤 안에 넣는 물건이 적어지고, 무덤 크기도 작아집니다.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