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균형감과 고구려 연구

영양대왕 2006. 1. 23. 12:03
균형감과 고구려 연구
번호 : 24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217   스크랩 : 0   날짜 : 2003.12.23 11:59
고구려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이 갖는 고구려에 대한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고구려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두가지 극단을 어떻게 설득하고 극복할 것이냐가 문제다.

하나의 극단은 고구려는 대국, 초강국 그래서 영토가 큰 것을 증명해줘야 고구려 연구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또 다른 극단은 고구려를 연구하는 놈들은 죄다 국수주의자, 과대망상적 환자, 팽창주의자, 그래서 위험한 놈이란 생각이다.

첫번째 극단은 인터넷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영토지상주의자들이다.
자기들이 생각한 영토까지 고구려를 넓히지 않으면 몽땅 나쁜 새끼로 몰아붙인다.

모든 것은 잣대는 오직 영토다. 그러나 그 후에 느끼는 공허함을 생각할 정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이 극단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다.
왜 그 큰 영토를 가졌음에도 왜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연구에는 관심이 없이 그저 막연한 상고주의로만 흐른다면 그것은 역사를 재일동포사학자 이성시가 지적한 것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에 맞추는 '만들어진 고대'를 추구하는 것일뿐 현재성과는 완전히 결별되고 만다.

두번째 극단은 학계 일각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보수주의의 잔재다. 여전히 과거에 갖고 있는 선입견에 휘말리고, 그저 보신이나 하려는 인간들이 갖는 생각이다. 고구려가 커봤자 뭐하겠어. 지금 우리와 뭔 관련이람. 민족주의 내세워서 과거의 독재정권에 기생하는 사람들처럼 또 국가주의로 흘러 으쌰 으쌰하려고. 에이 난 고구려의 그런 모습이 싫어. 그냥 이대로가 좋아 하는 인간들이 두번째의 극단이다. 이러한 극단은 첫번째의 극단과 정반대다.

이런 극단이 존재함으로 인해 고구려는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 우리가 고구려를 제대로 계승했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을까. 중국을 욕하기 이전에 우리가 고구려를 옳게 보려고 했는가.
세계인들에게 고구려란 나라는 이런 나라라고 자신있게 설득할 만큼 충분한 연구가 되었는가. 아니 아니다.

우리 후손들 자체부터가 아직 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고구려 연구는 결코 하루아침에 몇몇 사료만 보고 해석한다고 해결될 정도로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고구려에 대해서 적어도 생활사, 대외관계사, 정치사, 제도사, 복식사. 종교사상사, 인물사, 교통사, 각 시대별 단대사, 문화사, 각 지역별 역사 등등 정말 다양한 접근에 의해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대체 뭐했을까. 고구려 관련 사료조차 완전한 번역을 다 해놓지 못했다. (나도 최근들어 이 작업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고 시간을 내서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그저 맨날 삼국사기와 일본논문들만 읽고 고구려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하다가, 최근들어서 중국논문들도 보고, 고분벽화도 보고 현장도 답사하면서 연구의 폭을 조금 넓혔을 뿐, 아직까지도 사료의 인용의 폭은 좁기만 하다.

고구려 연구는 실질적으로 지금이 시작단계나 다름없다. 최근들어 고구려 연구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상 이번에는 좀 제대로 했으면 한다.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말이다.
가장 기본적인 사료부터 수집하고, 해석하고 그리고 깊이 있게 말이다.

그리고 고구려를 고구려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처음부터 다시 했으면 한다. 선입견을 깨버리고, 있는 그대로 먼저 연구를 해야 한다. 해석과 의미부여는 그 다음이다.

나는 고구려를 과장되게 보지도 않고, 축소해서 보려고 하지도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연개소문전을 쓸 때도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연개소문 영웅전이냐. 그럼 좀 팔리겠는데, 왜 이렇게 연개소문을 절반씩 평했어. 요즘 사람들은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데 말이야.
나는 속으로 몹시 화가 났다. 내가 책 판매하려고 연개소문을 왜곡해서 그를 화끈한 영웅으로 만들거나, 역적으로 만들려고 연구한 것이 아닌데, 그저 자신들이 가진 선입견에 맞춘 책인가 여부만을 묻는 질문에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실제로 내가 마주치는 현실이다.

고구려 영토 관련 질문과 토론이 여전히 우리카페에서 조차 가장 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이며, 고구려가 얼마나 힘 셌느냐가 주된 관심사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다. 고구려가 정말 강했다면, 왜 강할 수가 있었는지, 또 초기에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더 관심이다.

처음부터 강한 나라는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것은 처음부터 선택된 것인 만큼,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다지 강하지 못한 한국이란 나라에서 살고 있다. 고구려로 부터 배워야 할 장점들이 무엇인지를 배워서 오늘에 활용할 수 있을 때, 고구려가 우리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 나와 무관한 그저 동화속에 등장하는 신데델라라면 굳이 고구려를 연구할 필요성도 없을 것이다.

나는 고구려를 고구려인의 눈으로 제대로 먼저 보고, 오늘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고구려가 어떤 나라이며 왜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에 연구를 집중하겠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고구려사가 의미를 갖는 이유를 찾는 작업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