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지음 / 239쪽 / 13,000원 / 다른
아주 먼 옛날, 사냥을 나갔던 원시인들이 맘모스를 잡는다. 가족이 기다리는 동굴까지 사냥감을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옮겼을까? 수레 하나로 세계 문명사를 휘젓고 다닌 김용만 선생은 『세상을 바꾼 수레』의 첫 장을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머리가 좋은 인류는 무거운 것을 쉽고 빠르게 옮길 방법을 궁리했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찰력도 적고 한번 굴러가면 회전운동에 의해 움직이는 ‘수레’라고 불리는 운반 도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수레는 세계 각 지역에서 사용되고 개량되어지며, 단순한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고 기차로 자동차로 거듭 발전하여 인류 문명 발전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며 수레를 키워드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탐구욕에 크게 감탄했다. 아주 먼 옛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고대 왕조의 수레 사용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수레 이용사를 살피고(수레의 탄생) 고대 전투에서 수레는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종횡무진 살피더니(수레와 전쟁), 도로 건설이 활발했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사례를 제시해 도로·다리 건설과 수레 발달사를 씨줄 날줄로 연결한다(수레와 도로).
또 수레를 알고도 사용하지 못한 이유와 수레를 사용하지 않았던 문명들은 왜 수레를 천대했는가를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수레 사용이 제한된 나라들과 수레가 없던 문명) 여기에 수레가 현대 문명 발전에 끼친 영향(수레의 변화), 수레 사용과 문명의 흥망(문명을 만든 수레)까지 덧붙여 이야기한다. 참 오지랖도 넓다. 동서 문명사를 관통하는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결코 쓸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꾼 수레』의 장점은 수레 이야기만으로 동서를 종횡하며 책을 엮었음에도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대개 전문용어로 서술되어 잠자기 전에 읽으면 딱 알맞다. 그러나 이 책은 술술 잘 넘어간다. 저자의 역량과 쉬운 글쓰기가 가져온 미덕이다. 더불어 세계 각 나라의 수레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어, 지적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수레 발달사를 접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꾼 수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수레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만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면, 또한 저자가 책의 말미에 강조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의 가치를 바로 알고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소설책도 좋지만 때에 따라서 이런 책 한 권 읽으며 세계 문명사를 동서로 관통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식 욕구를 충족하는데 상당히 좋은 책이다. 짬을 내서 꼭 한번 읽어보자. (중3부터)
장용준_전남 함평고 교사, 『한국사 카페』 저자 / 2011년 02월01일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