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내공이 심후한 어떤 분들과 아쉬움이 남는 대화

영양대왕 2008. 7. 23. 20:51

최근 어떤 분들과 묘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분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리고 내가 그 분들에게 배우기 위해 만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들이 겸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데 너무 익숙해있다. 나는 그래서 묵묵히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그 분들은 왜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지 않느냐고 내게 묻는다. 자신들의 책을 읽었느냐고 묻기에 충분히 읽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참 난감해지는 것이 그 시점이다.

그 분들의 내공이 나보다 높다고 내가 인정한다고 해도, 그 분들의 세상보기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여러 사람들의 세상보기에 하나일 뿐이다. 나는 그 분들의 세상보기를 내 방식으로 소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분들의 내공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내가 전공으로 삼은 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고수다. 그 분들은 내가 자신들의 시각으로 보지 않아서 무엇인가 빠졌으니 겸손하라고 하고, 많이 공부했는데 참 아쉽다고 말한다.

이럴 때가 참 난감해진다.

그런 말을 하는 그 기준까지 내가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대화가 어려워진다.

나는 배우고자 하지만 그 배움의 범위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지 그 분들의 모든 것을 내가 그대로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분들의 주장 가운데 잘못된 것도 있고,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다. 그 분 역시 진정 최고라고 할 내공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 분들에게 도리어 겸손하시지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종교인들처럼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 신념체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신념만이 오직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대화는 매우 어렵다.

흔히 외골수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자신의 잣대에서만 세상을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외골수가 깊이 쌓아온 내공을 보고자 할 뿐이다. 외골수들은 그 차이를 흔히 모른다.

그래서 외골수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실망하고, 외골수의 말을 들으려는 사람들은 대화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결국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이야기 정리는 돌아서서 하게 된다.

그 분들은 나와의 대화를 마치고도 여전히 자신들의 내공을 잘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자신들의 내공을 알아주는 누구누구의 이야기를 한다. 결국 나는 그들보다 내공이 부족해서 그렇지요 라고 말하고 넘어간다.

최근 들어 나는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몇몇 분들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무엇을 배우려는 의지가 꺾인다.

그 분들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조금은 넉넉해지셨다면, 내가 진심으로 존경할만한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