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사연재글

2007년 소년한국일보연재 29회 - 백제금동대향로

영양대왕 2007. 10. 9. 15:57
해양강국 백제를 찾아서] 백제 금동 대향로
날아오를 것 같은 봉황… 막 피어난 듯한 연꽃

백제 금동 대향로

1993년 12월 12일 백제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백제왕의 무덤이 여럿 모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 서쪽의 능산리 유적지 공방터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백제 왕실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금동 대향로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향로는 14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겹겹이 쌓인 기와 조각 더미 밑에서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마도 백제가 멸망할 때 백제인들이 적의 침입을 피해 서둘러 숨겨놓은 듯합니다.

향로란 나쁜 냄새나 기운을 없애기 위해 향을 피우는 도구입니다. 인도에서는 약 4000 년 전, 동북아시아에서는 2300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당시 백제 주변국에는 산봉우리 모양의 뚜껑과 'ㅗ' 모양의 다리, 잔처럼 생긴 몸체를 갖춘 박산향로가 널리 만들어졌습니다. 백제 금동 대향로도 박산향로의 기본 형태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백제인의 생각과 기술이 합쳐져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된 것입니다.

높이 62.5 ㎝, 최대 지름 19 ㎝인 이 향로는 크게 4 부분으로 나뉩니다. 맨 위의 봉황 장식 아래는 산악도로 장식된 뚜껑과 연꽃이 장식된 몸체, 몸체를 물고 있는 용 받침으로 이루어졌지요. 본체의 가운데는 테두리의 흐르는 구름 문양을 경계로 위쪽은 산악도, 아래쪽은 연꽃이 가득한 물의 세계로 구분이 됩니다.

금동 대향로의 세부 부분들.

산악도에는 말을 타고 사냥을 하는 사람과 신선 등 12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3 마리의 호랑이와 사자ㆍ원숭이ㆍ멧돼지ㆍ코끼리ㆍ낙타 같은 많은 동물들로 장식되어 있지요. 또한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와 동물도 있습니다. 곳곳에 있는 폭포와 나무, 불꽃 문양, 귀면상은 산악도를 더욱 풍요롭게 해줍니다.

제단 모양으로 꾸며진 정상에는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5 명의 음악가가 완함, 북, 거문고, 배소, 피리를 불고 있지요. 거문고는 고구려, 완함과 배소는 서역, 북은 남방의 악기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는 것은 백제가 열린 나라였음을 보여줍니다. 5 개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은 조용하면서도 아늑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아시아 고대 금속 공예의 최고라는 평가

향로의 몸체 부분은 용이 활짝 핀 연꽃 봉오리를 입으로 받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원형의 대접 모양을 한 몸체는 3 단의 연꽃잎으로 구성되어 있고, 잎마다 27 마리의 짐승과 2 명의 사람이 돋을 새김으로 장식돼 있지요. 용은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나머지 세 다리와 꼬리로 둥근 원을 만들어 안정감 있게 향로를 받치게 되어 있습니다. 용의 정수리에서 솟아 나온 뿔은 두 갈래로 나뉘어 목 뒤까지 뻗어있고, 입안에는 날카로운 이빨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답니다.

한나라의 박산향로

연꽃에 새겨진 한 사람은 무예를 수련하는 모습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동물을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27 마리 동물 가운데는 날개가 달린 물고기, 악어, 황새 등이 보입니다. 이처럼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백제 금동 대향로는 동아시아 고대 금속 공예의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할 만한 국보라고 하겠습니다.

이 향로는 백제 사람들이 도교와 불교를 믿었고, 다양한 음악과 놀이를 즐겼으며 해외와 활발하게 교류를 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 열도를 크게 개척하고, 고구려도 쉽게 넘볼 수 없었던 백제의 힘은 이러한 기술과 문화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찍부터 바다를 적극 활용한 백제는 다른 나라로부터 앞선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기술자, 예술가들에게 박사, 공, 사 등의 호칭을 주고 높은 벼슬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지요. 이렇게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기술자와 문화 예술인을 높이 대우했기 때문에 수준 높은 기술과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백제 문화의 꽃이라고 할 백제 금동 대향로인 것입니다.

/김용만(우리 역사 문화 연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