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사연재글

2007년 소년한국일보 연재 1 - 해양강국 백제

영양대왕 2007. 3. 5. 14:58

2007년에도 소년한국일본에 글을 연재하기로 하였다.

2004년 고구려 역사, 2005년에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2006년에 신라사, 그리고 올해 백제사.

이제 올해만 하고 연재 글도 끝을 냈으면 한다. 사실 매주 글을 연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정한 분량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주전공인 고구려사도 아닌, 백제사를 쓴다는 것 때문에 올해 연재 여부를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국시대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어린 학생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재를

결정하게 되었다. 언제인가 내 스스로에게도 던진 질문이지만, 고구려사를 위해 백제, 신라를 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신라사 연구자라고 신라만이 옳다고 해서도 안된다. 각국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정한 삼국시대사를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백제사를 다시 정리해보면서, 백제사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보겠다.

 

[해양 강국 백제를 찾아서]<1>'화려한 문화' 대륙의 바다를 호령하다
건국 초부터 수준 높은 기술과 부유함 자랑… 정약용 '삼국 중 가장 강성'

● 삼국 중 가장 적은 기록… 신비에 쌓인 역사

백제는 서기전 18년부터 서기 660년까지 678 년의 긴 역사를 자랑했던 나라입니다. 고구려ㆍ백제ㆍ신라와 함께 삼국 시대를 이루었던 백제는 어떤 나라일까요?

조선 후기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백제를 삼국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신라의 최치원은 백제를 고구려와 함께 강병 100만으로 대륙의 동해안을 호령하던 강국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소장 금동대향로복제품. 백제 문화의 화려함을 대변해 준다.

또 일본인들은 지금도 백제를 ‘구다라’ 즉 큰 나라라고 부릅니다. ‘구다라 나이’ 즉 백제 것이 아니면 별것 아니다는 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백제하면 해양 강국, 일본을 가르치고 지배한 나라, 화려하고도 기품 있는 문화와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고 기억합니다. 반면, 많은 궁녀들이 떨어져 죽었다는 낙화암의 전설처럼 허무하게 멸망한 나라로 여기기도 합니다.

신라ㆍ고구려보다 늦게 탄생했고 일찍 멸망해 버린 탓인지, 백제에 대한 기록은 삼국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이 때문에 신비에 쌓인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고학이 발전하고 많은 유물이 발견되면서 백제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백제의 수도라면 공주와 부여를 생각하기 쉬우나, 백제 역사의 대부분인 500여 년은 지금의 서울 동남부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최근의 풍납토성 발굴은 백제가 건국 초기부터 수준 높은 기술과 부유함을 자랑하던 나라였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견은 백제 문화의 화려함을 보여 준 사건이었습니다.

백제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연구의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의 관심이 부족한 탓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백제의 역사를 함께 알아가 봅시다.

● 드넓은 바다와 호흡한 해양 강국

백제는 고구려와 같은 뿌리를 가진 나라입니다. 백제를 건국한 사람들은 부여`고구려에서 들여온 앞선 기술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강 하류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고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고구려보다 130 년이나 앞선 8대 고이왕 무렵에 벌써 법 질서를 확립했고, 4세기 중엽인 근초고왕 무렵에는 마한을 완전히 통합했습니다. 또한 고구려를 격파하고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강국이 되었습니다.

백제는 육지의 국경선보다 더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답게 일찍부터 황해와 남해의 지배권을 차지하며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활발한 교역 활동을 하면서 재물을 축적해 국력을 키웠고, 대륙과 일본 열도로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 고대 문화에 끼친 백제의 영향은 대단히 컸습니다. 지금도 일본 곳곳에는 백제인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이 많이 있습니다. 백제는 이 밖에 동남 아시아, 인도까지도 왕래하던 나라였습니다.

겸익 스님은 신라 혜초 스님보다 200 년이나 앞선 520년 경, 먼 인도까지 가 불경을 구해 오기도 했습니다. 백제 사람들은 한반도에 머물지 않고, 바다를 통해 더 큰 세계와 만났던 것입니다.

백제는 기술자를 우대한 탓에 수준 높은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이러한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에, 비록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신라 진흥왕에게 큰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곧 국력을 회복했습니다. 번영하던 백제는 갑자기 신라와 당나라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습니다.

우리는 승리한 역사뿐 아니라 패배한 역사를 통해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멸망했지만, 드넓은 바다와 호흡했던 해양 제국 백제는 오늘날 우리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소중한 역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