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유목민은 내 친구' 고구려 소년은 가슴이 넓었대요

영양대왕 2006. 9. 9. 00:20

나의 어린이 책을 중앙일보에서도 크게 다루어주었다. 좋다.

 

 

BOOK꿈나무] '유목민은 내 친구' 고구려 소년은 가슴이 넓었대요

[중앙일보 2006-09-08 21:07]    

[중앙일보 기선민] 역사동화 형식을 띤 이 책은 고구려가 강대국이 된 비결을 '열린 사고'에서 찾는다. 고구려는 돌궐족.실위족.선비족.거란족 등 변방 유목민족들을 넓은 마음으로 감싸안았다. 그들을 무력으로 병합하는 대신 나름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존중해 함께 사는 삶을 택했다. 그 결과 유목민족들은 전쟁 때마다 기꺼이 고구려의 병력이 돼줬다.

책에 등장하는 몽올족은 6~7세기 활동한 몽올실위족을 모델로 한 가상의 부족이다. 몽올실위족은 칭기즈칸으로 유명한 몽골족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 소년 담덕이 살고 있는 흑부여성도 가상 공간이다. 고구려 북쪽에 실존하던 부여성에 북쪽을 상징하는 '흑(黑)'이 붙으면서 '부여성보다 더 북쪽에 있는 성'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612년 고구려에 수나라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고구려의 변방 부족인 몽올족은 흑부여성에 모여 고구려군과 연합해 전쟁터에 나간다. 흑부여성 성주의 아들 담덕과 몽올족 족장의 아들 테무친은 어려서부터 우정이 돈독한 사이다. 하지만 고구려인과 몽올족 전체가 다 이들처럼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특히 담덕의 고구려인 친구 어비류는 담덕이 테무친과 가깝게 지내자 매우 언짢아한다.

가을철 축제 씨름판에서 담덕과 테무친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테무친의 형과 어비류의 아버지가 수나라의 포로로 잡히는 데까지 다다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목민 문화를 전달해준다. 3~4세 때부터 말타기를 배우는 유목민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 나무.펠트.가죽끈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이동식 천막 게르, 겨울철 비상식량으로 썼던 말린 고기 보르츠 등 이(異)문화 얘기들이 쏠쏠하다.

유목민에 대한 불신이 심했던 어비류가 담덕.테무친과 함께 전쟁터로 출동하면서 자신의 편견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나 담덕의 어머니 위화부인과 테무친의 어머니 알란코아가 교분을 나누는 대목 등에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문화상대주의'라는 용어의 설명이 필요할 때 예로 들기에 적절하다. 고구려와 통일신라 두 시기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우리 조상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세계관을 엿보는 '역사팩션동화 열린 세계의 어린이'시리즈 첫번째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