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공정한 삼국시대사의 서술을 위하여

영양대왕 2006. 1. 23. 11:46
공정한 삼국시대사의 서술을 위하여
번호 : 14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189   스크랩 : 0   날짜 : 2002.06.15 15:17
최근 들어 김태식 교수님의 "미완의 문명 7백년 가야사"를 다 읽었고, 이종욱 교수님의 "신라의 역사"를 거의 다 읽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한사군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정리도 해보는 과정에서 몇몇 관련서적도 다시 보고 있고, 나의 주된 작업인 "연개소문" 책의 마무리 원고 작업을 위해 7세기 동아시아사 관련 자료와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다.

하루에 시간을 조금씩 내어 이 책 저 책을 읽는 셈인데, 가끔씩 책을 읽다가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 학자들은 공정한 삼국시대사를 쓸 수 있을까. 가야사와 부여사를 포함해서 5국사, 탐라도 포함해서 6국사, 아예 일본열도와 중원의 역사와 북방의 역사를 포함한 8국사를 쓸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현재의 우리나라 학문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먼 훗날의 과제일 뿐이구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공정한 삼국시대사가 저술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옛 사서에서 중원의 나라들과의 관계 기록에 대한 해석이다. 나 같은 경우는 가급적 자주적인 시각에서 보려는 반면, 아직도 일부학자들은 중국인들이 쓴 기록을 그대로 자기 책에 인용하면서 중국황제에서 우리의 조상국가가 조공을 하면 명을 받들고, 위세품을 받았다는 것을 그대로 옮겨적는다. 이것은 역사서적을 뻬끼기에 불과할 뿐이다. 역사가 그 시대 사람의 관점에 녹아들어서 역사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런 단순한 베끼기에 머문 역사학이라면 단순히 한문학자가 역사학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차라리 번역의 오류라도 줄일 수 있지 않는가. 중국 문헌속에 가려진 상대측(고구려, 백제, 신라)의 입장을 고려하여 문장을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옳게 풀어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국 문헌을 인용할 때 한번만 역사가들이 생각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제 아직도 일본학자와 선배학자들의 구태의연한 습관을 답습하는 풍토때문에 지속되는 문제라고 보겠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삼국시대의 역사 복원은 어렵다. 작지만 매우 큰 문제다.

두번째 문제는 각 나라별 전공자들이 너무 자신의 전공한 나라의 역사만을 추켜세우려고 하여 각국의 역사를 공정하게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삼국시대사의 서술이 어렵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먼저 이도학 교수의 "새로쓰는 백제사" - 백제의 성왕은 위대한 군주다.
김기흥 교수의 "천년의 왕국 신라사" - 백제의 성왕 같은 어벙한 군주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호영 교수의 "신라삼국통합과 여제패망원인연구" - 백제는 4세기 부터 망했어야 할 나라였고, 계속해서 망할 징조가 보였다.
이종욱 교수의 "신라의 역사" - 신라가 고구려의 속민이었다는 광개토대왕의 표현은 고구려측의 과장이다. 신라에 고구려군이 주둔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단지 몇몇 학자들만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고구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춘추와 김유신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욕하고, 신라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김유신을 민족의 대영웅이라고 추켜세운다.

삼국시대에 민족의식이 없었던 만큼 김춘추가 민족을 배반했다는 이야기도 잘못이지만, 김유신이 삼한통일을 꿈꾸었다는 이야기도 허구다. 또 신라가 고구려의 속민이었다는 것이 고구려의 과장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중원고구려비에 신라왕이 고구려 장군에게 의복을 받는 장면까지 일부러 무시하고 신라가 고구려의 속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또 신라의 삼국 통일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백제가 진작에 망했어야 할 나라라고 하는 것도 정상적인 학자라면 결코 해서는 안될 말이다. 아울러 성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영웅시한다거나, 폄하하는 태도도 모두 잘못이다.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역사만을 강조해서 있었던 사실마저 외면한다거나 고의적으로 다른 나라를 폄하하면서 특정 국가를 추켜세우려는 의식이 남아있다면 결코 공정한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사는 정립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것의 역사적 평가는 각국의 역사를 연구한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공정한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특정국가만이 우리 조상이라는 잘못된 분단고착의 역사관에서 빨리 벗어나서 통일을 지향하고 민족의 장래를 위한 역사관의 관점에서 옛 시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 또한 고구려사를 공부하면서 특히 신라 부분이 맘에 걸릴 때가 있다. 신라가 당과 연합하여 고구려를 공격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지나치게 고구려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것은 신라의 모반이요 배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평가에서 본다면 신라의 행위는 자국의 생존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신라가 당과의 협상에서 보다 자국의 자존을 지키고서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지레 겁먹고 굴욕적 협상에 응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은 할 수 있다.

삼국시대사에 대한 공정한 기술과 평가 그것은 어렵지만 앞으로 연구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점차 연구자들의 연구폭이 줄어들면서 특정시대 특정국가만을 연구하는 풍토가 계속될 터이지만, 그럴수록에 공정한 시각을 갖고서 자신이 연구하는 시대만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생길 수 있는 전체 한국사의 왜곡현상이 빚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삼국시대사의 기술은 나 자신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자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