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중앙집권 국가만이 미덕인가. - 한국고대사 연구의 이상한 집착

영양대왕 2006. 1. 23. 11:47
중앙집권 국가만이 미덕인가. - 한국고대사 연구의 이상한 집착
번호 : 15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375   스크랩 : 0   날짜 : 2002.06.20 11:50
중앙집권 국가만이 미덕인가.

역사는 발전한다. 그래 어떻게 발전했는데 하고 물으면 고대사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씨족 - 부족 - 추장사회 - 소국 - 연맹국가 - 중앙집권국가 즉 고대국가 완성
이것은 대충 말한 것이고, 학자들마다 수많은 학설들이 있어서 제대로 글을 쓰려면 머리가 찌끈지끈 아플 정도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인간이 작은 사회를 이루다가 결국에는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지배자를 중심으로 한 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야가 중앙집권국가를 이루지 못해 신라에게 정말 망했던 것일까. 그래서 가야는 미완성의 문명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또 중앙집권체제가 약화되고 지방 분권이 되면 그 사회는 발전이 안 된 것일까. 고려시대에 속현이 있다고 해서 조선시대보다 역사발전이 늦은 것일까. 신라시대는 고려시대보다 더 많은 속현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덜 발전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중앙집권 국가는 그리고 어떤 시점이 되야지만 형성될 수 있고, 전단계가 없이 갑자기 강력한 지배자가 나타나서 형성될 수는 없는 것일까.

흉노의 모돈(묵특) 선우가 갑자기 나타가 기원전 200년경에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고, 그 자손들이 좌현왕 우현왕 등을 차지했는데 이것은 이전의 유목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아예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드시 중앙집권 국가가 발전했다고 보는 것은 정치학, 인류학의 신화가 아닌가. 중앙집권이 전혀 완된 일본의 중세가 상업, 경제, 군사 등에서는 조선보다 월등히 발전했는데도 조선의 중앙집권체제가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는 바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라고 생각한다. 역사가들이 중앙집권 체제의 형성과정을 밝히는데 들이는 노력이 왜 중요한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지방이 죽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강력해지는 것을 중앙의 공무원들은 열심히 막고 있다. 따라서 중앙이 흔들리면 지방도 흔들린다. 중앙을 대체할 아무런 대안도 없다.
서울근교에만 공장을 짓는 이유도 무슨 일을 하려면 정부청사에 있는 공무원과 이야기해야지 지방공무원하고는 이야기해봤자 지시를 기다려야 합니다 소리밖에 들을 수 없으니 당연히 서울과 가까운 곳에서 무엇을 해야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마디로 분권화가 안된 정부조직과 사회구조가 우리나라다. 그로 인해 우리의 발전이 얼마나 늦어지는지 아는가. 지방 문화가 미약하여 내부적으로 경쟁이 적어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나라가 지금의 한국이다. 문화의 폭이 좁은 나라, 서울, 경기에 폭탄하나 떨어뜨리면 끝장인 나라가 한국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약점이 만드러진 것은 중앙집권만이 미덕으로 알고 가르쳐온 역사가의 잘못도 있다.
모든지 독점하려는 욕심, 그래서 서울에서 성공해야지만 진짜 성공한줄로 아는 풍조. 이것은 우리의 큰 문제다.

스스로 사병을 동원해 권력을 장악한 이방원이 사병혁파를 주장하던 정도전을 그렇게 미워했으면서도, 막상 권력을 장악하지 사병혁파에 나서서 민무질형제를 몰아내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정치가 안정되었는가. 아니다. 도리어 우리 문화의 폭이 줄어들고, 경제가 약화되고, 나라의 생명력이 죽어버렸다.

느슨한 중앙정부와 다양한 지방세력이 협력하는 나라가 차라리 더 강력하다. 지방세력이 각자 강력했을 때 문화는 발전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그러한 예라면 조금 과장이 있겠지만, 그때가 중국사의 전성기가 아닌가.

강력한 중앙정부가 등장해서 한번 그 나라의 문화와 경제, 군사능력을 결집해주는 것도 좋지만, 늘 중앙에서 통제만 하는 사회는 오히려 퇴보한다. 소련이 그러한 전형이지 않는가.

미국이 강력한 중앙정부를 갖고 있지만, 각 주 정부도 얼마나 강력한가. 미국은 워싱턴가 뉴욕에 폭탄을 털어뜨린다고 망할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일본은 어떤가. 일본도 중앙정부가 강하다지만, 오랜 지방문화의 전통을 바탕으로 각 지역이 특색있게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가.

나는 박정희 정권시대의 강력한 중앙정부 지향성이 우리 역사연구에서 중앙집권체제 강조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의심을 해본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말이다. 한때 강력한 정부의 추진력이 우리 역사의 발전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하여 다원화된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가벼워지고, 다채로운 지방문화가 꽃핀 나라가 이제는 경쟁력으로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시대의 요구에 부흥하여 역사 연구도 이제는 좀 다른 각도에서 고대사회를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나치게 정치사위주로 역사를 보다보니까 중앙집권화과정에 대한 연구만을 하고, 국가발전 단계에 대해서 연구성과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문화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본다면 한국사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채로운 지역 문화가 꽃핀 가야사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덜 발달된 미완성의 국가가 아니라, 각 지역의 역량을 극도로 발휘한 매우 발달된 도시국가의 연합체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고구려의 경우도 요동지역사, 부여지역사, 책성지역사. 국내성지역사, 한성지역사 등 지역별로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발전과정, 전체 고구려사에서 기여한 역사 등이 이제는 별도로 연구되어야 한다. 문헌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고고학 자료가 많이 축적된 지금에는 어느 정도 연구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래서 각 지역에 살았던 조상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를 이루어나갔으며, 자신들의 역량을 어떻게 발현시켰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아직도 활성화가 덜된 지방사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어떤 인물이 중앙정부에 나아가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어떤 인물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기여했는지를 중심으로 서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분권화된 역사, 다채로운 역사 이것은 결코 역사발전을 늦추어 보거나 낮추어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지평을 넓히는 길이며, 보다 다양한 인간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 고대사 연구자들이 중앙집권화 과정 연구에 대한 희안한 집착은 중국사나 일본사에도 적용될 수도 없는 정말 괴이한 연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제는 이러한 집착에서 그만 벗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