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고구려를 무대로 한 소설과 시나리오가 많이 창작되기를 기대하며.

영양대왕 2006. 1. 22. 21:51
고구려를 무대로 한 소설과 시나리오가 많이 창작되기를 기대하며.
번호 : 10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337   스크랩 : 0   날짜 : 2002.05.11 11:40
나는 97년 겨울에 시나리오 강의를 6개월간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때 몇편의 습작을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시나리오를 공부한 가장 큰 목적은 고구려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이 공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때문이었다.
나는 언젠가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제대로 된 소설과 시나리오는 분명 우리나라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은 현재까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시나리오가 내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즉 현재까지 나온 고구려 소설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나는 아무리 소설이나 시나리오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사실에 근거하여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황당무개한 소설이라면 차라리 SF 소설을 쓰면 된다. 역사소설은 소설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키워주며, 과거 역사를 좀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어야 그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면 단순히 과거 사실만을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식이 풍부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제 이야기를 하려면 해류, 황해의 각종 어류들, 기상에 대한 지식, 항만에 대한 지식, 배에 대한 지식, 동아시아 바다 전체에 대한 일정한 지식이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바다의 제국 백제를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단지 백제에 대한 삼국사기나 중국 25사 기록과 유물들을 많이 보았다고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것을 아닐 것이다. 배를 탄 백제인이 언제 어느 항구를 떠나 며칠만에 어디에 도착할 수 있을지, 배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등이 좀 더 생생히 묘사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고구려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무엇보다 만주의 지역적 환경에 폭넓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고구려사의 최대의 의문 가운데 하나인 말갈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위해서는 만주지역의 산업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또 유목민의 생활양식과 풍속, 놀이, 기후의 변화 등에 대한 지식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고구려의 종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샤먀니즘, 무속, 일본의 신도 등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이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내가 고구려 이야기로 작품을 쓴다면 이야기의 주 무대를 몽고초원과 시베리아로 하고자 한다. 왜 이 지역인가하면, 이 지역으로 고구려인들이 여행을 하고, 그 지역민들과의 유대관계 및 정벌활동 등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기 때문이다. 동류송화강 남쪽의 남만주와 한반도북부에 안주한 고구려가 아니라, 드넓은 대륙으로 나가는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하자면 당연히 몽골초원을 가로질러 중앙아시아 샤마르칸드까지 건너간 고구려인의 활동과 멀리 북극권까지 동맹세력 혹은 특산품을 찾아서 떠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쪽으로 눈을 돌리면 고구려 이야기의 스케일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고구려가 조선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열린 세계라는 점이다. 중국 하나만이 전부라고 생각한 조선인과 달리 고구려 사람들은 보다 넓은 초원세계와 시베리아 벌판, 그리고 바다를 통해 멀리 멀리 나아갔다. 이런 이야기들을 고구려 소설이나 시나리오에서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논문이나 연구서로 말하지 못하는 고구려의 내면세계를 소설과 시나리오에서 많이들 해주기를 기대한다. 나는 좋은 시나리오나 소설에는 적극적인 자문을 해줄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