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나는 역사를 이렇게 생각한다.

영양대왕 2006. 1. 22. 21:50
나는 역사를 이렇게 생각한다.
번호 : 8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336   스크랩 : 0   날짜 : 2002.03.19 17:01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아야 할 것이 아마도 이 질문인 듯 싶다.
여러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정의를 내렸지만
나는 콜링우드(『The idea of history』, 1973년) 의 다음과 같은 정의를 가장 좋아한다.

"역사의 목적은 인간의 자기인식이다. 일반적으로 자기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자기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적 특수성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기 본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첫째, 인간은 무엇인가, 둘째, 자기는 어떠한 종류의 인간인가, 셋째, 다른 사람과 다른 자기는 어떠한 인간인가를 아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를 안다는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유일한 실마리는 인간이 무엇을 했는가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역사의 가치는 인간이 무엇을 했으며 따라서 인간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데 있다."

역사는 자기 인식이다. 우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나는 일본인들이 왜 우리에게 식민사학을 강조했고, 자국민에게는 황국사관을 강조했는지를 생각해본다. 너희 조선인들은 본래부터 식민지 백성들이다. 너희들의 과거를 보아라. 북쪽은 한제국의 식민지 한사군에 속했으며, 남쪽은 대일본제국의 임나일본부에 지배를 받았노라. 그래 너희들이 지금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것은 과거의 재현이다. 너희들은 황국의 백성이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이렇게 가르쳤고 실제로 그것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반면 일본인에게는 너희들은 신이 명을 받아 세운 신국의 백성이다. 아시아의 수호자이며, 동양평화를 위해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진출해야 한다. 일본이 하고 있는 전쟁은 신의 명령의 이행이며 정당한 것이다. 너희들은 천황에게 충성을 다해라. 그것은 신의 백성의 사명이다. 너희들은 조선인, 중국인, 동남아시아인과는 다른 선택된 백성들이다. 너희들에게 영광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르쳤고 그것은 가미가제 특공대 등으로 나타났다.

각국은 역사를 자국의 발전을 위해 가르친다. 독일은 18세기에는 폴란드보다 뒤쳐졌지만 피히테, 헤겔 등이 나타나 독일 민족에 대한 자각을 강조하고 통일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신성로마제국의 후예인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다. 이것이 나치의 잘못된 종족우월론으로 비화된 점은 있지만 만약 독일 민족에게 피히테와 헤겔 등이 없었다면 독일은 폴란드보다 뒤쳐진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유럽에서 쫒겨오거나 살기 힘들어 나온 사람들이다. 늘 유럽에 대한 열등감이 있던 사람들이라서 귀족 작위를 받는 것을 꿈꾸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점차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고서 서서히 유럽으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미국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멕시코 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고, 자신들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선민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대외팽창을 신에 의해 예정된 숙명이라고 여기고 십자군적인 미국주의 관념을 심게 되었다. 이러한 그들의 자신감 자부심은 미국의 역사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국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를 영도해왔다는 자부심이 오늘의 미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큰 힘이 된다.

왜 각 나라들은 자국의 역사를 가르치는데 열심인가.
그것은 자국의 역량을 발견하여 미래에 앞서 나가기 위함이다. 즉 과거에 어떤 일을 했었기 때문에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역사는 과거 경험의 보물창고다. 그 보물창고를 후손들에게 열어주어서 그것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라는 것이다. 애국심이 없는 나라의 백성들은 단 한번의 외부공격에 쉽게 사라지고 만다. 반면 애국심이 강한 나라는 어떠한 시련이 와도 그 나라의 생명을 이어간다.

역사는 장기적 의미의 정치학이다. 역사를 잘못 가르치면 그 나라는 약소국이 된다. 조선의 경우 우리 역사는 중원세계에 복속된 변방의 역사라는 인식을 백성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진취적인 기상을 상실시켜 버렸고, 늘 대국의 눈치를 보는 소국인의 의식만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세계제일의 것을 만들지 못하고 동방의 작은 나라에 태어난 것을 한탄하게 만드는 나약한 인간들을 양산시켰다.

우리는 본래부터 약소국이 아니며, 지금도 약소국은 아니다. 나는 20세기말부터 시작된 국사교과서에 의한 역사교육이 결코 올바른 역사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우리의 저력을 이제 믿게 되면서 과거 정말 우리가 약소국이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환단고기를 비롯한 고대사서들의 휘황찬 역사를 그리워하면서 강대국 한국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사 교과서의 잘못을 지적하며 기존 사학계의 자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져갔다.

나 역시 지금의 역사교육이 분명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교육은 축소되어 있고 역사적 사실의 암기만을 요구할 뿐, 왜 역사가 중요한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가리치는 교육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그야말로 죽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이 나는 분명코 잘못되었다고 본다. 때문에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역사소설이나 드라마로 전이되지 전문 역사서로 전환되지 못했던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역사는 순수학문이며, 학자는 정치적 관심 사회적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순수한 학문 그 자체만을 연구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학자야 말로 천하에 가장 큰 바보라고 하고 싶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다. 혼자만이 마스터베이션을 하려면 무인도에 가야한다. 그 학자가 연구한 성과 역시 사람들에게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모든 사람들이 그 학자의 글을 읽지 않고 폐기처분하지 전까지는 말이다.

역사가에는 조국이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자신의 공부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하고, 역사를 배우는 사람은 역사를 배워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역사는 단기간의 지식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인간을 배우고 시대의 변화를 배우고, 미래를 대처할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고구려란 역사가 있다. 고구려는 우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도 세계정치무대의 주인공이었고, 찬란한 문명을 이룬 문명인의 후예라는 자신감을 전해준다. 하지만 분명히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고구려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가 고구려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우리는 고구려의 역사를 제대로 전해오지 못했으며, 고구려의 기상을 잃고 살아왔으며, 고구려를 제대로 몰랐다. 우리는 고구려의 멋진 모습을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구려의 멋진 모습을 상실해간 쪽팔린 역사도 갖고 있다. 천오백년전 우리 조상들이 대륙을 호령했다면 몇백년전 우리 조상들은 남에게 복종하고 수탈을 강요받았다. 다시는 불행했던 역사를 갖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우리가 잘했던 역사에 대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그런 역사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역사는 단순히 자신의 지적 마스터베이션을 위한 도구여서는 아니된다. 화려하게만 우리 역사를 서술한다고 민족주의 역사가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의 잘못도 따끔하게 지적하고 다시는 그런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지적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가인 것이다. 우리는 조상들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소홀하고 조상들의 자랑만을 늘어놓는 것에만 열중한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를 모르게 하는 일이다. 우리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남들에게 주체도 모르는 바보로 취급받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멋진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