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발견-나의생각

내가 갖고 있는 고구려사 연구 전략(구버전)

영양대왕 2006. 1. 22. 21:41

내가 갖고 있는 고구려사 연구 전략
번호 : 1   글쓴이 : 김용만  조회 : 632   스크랩 : 0   날짜 : 2002.03.09 10:39

 

내가 갖고 있는 고구려사 연구 전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구에 전략이라니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도 분명 선과 후가 있다.
먼저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를 선정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내가 택한 방법은 정공법이다.
즉 먼저 통사인 고구려의 발견을 첫 번째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젊은 사람이 원로교수도 아닌데 통사를 냈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다. 아직 고구려를 완벽하게 공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낸 통사라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통사를 먼저 출간함으로써 내 공부의 기초가 어디인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고구려문명이란 화두를 내던졌다.

이 화두는 일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많이 인용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직까지 고구려문명이란 말은 세계학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 나는 식민사학자와의 투쟁, 일본학자들과의 투쟁 이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고구려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고구려문명이란 말은 선언적 명제로 던진 것이다. 내가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하겠노라고 말이다. 고구려문명이란 단어를 던짐으로써 그간 고구려에 대해 불확실했던 용어들 가운데 하나가 해소된 셈이다. 반면 고구려 연구는 이제 중요한 과제를 하나 갖게 된 셈이다.

나의 두번째 책은 바로 그 과제를 해결하기 던진 시도다. 고구려가 문명국가라면 적어도 그 사회의 실상이 드러나야 한다. 나는 고구려 생활사 연구에 매진했고, 고구려의 발견이 나온지 1년 4개월만에 두번째 책인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를 출간했다.
이것은 내가 발표한 고구려 수레 연구 논문이 중심테마가 되었기 때문에 제목을 정한 것이지, 실상은 고구려 생활사, 또는 고구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가 정당한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가 있는 만큼 시류에 편승해서 제목을 정하는 것에 나는 반대했다. 나는 고구려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을 풀어주고 싶었다.
고구려와 수레. 그것이 어떤 관계일까.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라면 고구려인의 삶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의 두번째 책은 고구려 문명의 실체를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이었다.

세번째 책은 사실 어느 때이고 낼 생각이었지만, 전략상 뒤로 미루고 싶었던 책이다. '인물로 본 고구려사'는 사실 출판사와의 복잡한 관계가 있어서 성급히 내야 했던 책이다. 실상 이 책은 2001년이 아니라, 2000년에 이미 나와야 했다. 원고는 이미 90% 이상 다 쓰여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가 늦쳐짐에 따라 일부 원고를 수정하기는 했다. 이 책은 상업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새로운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도 적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고구려 연구에 있어서 꼭 필요한 책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책에서 전문연구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 고구려 인물상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고구려 인물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인물사가 서술이 가능한 나라라는 것은 신화의 역사에서 사실의 역사로 전환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나 자신도 대표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성과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고구려 문명사 연구에 꼭 필요한 인물사가 하나 완성되었음에 만족한다. 문명사라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양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고 따라서 인물사, 생활사, 제도사, 정치사, 문화사, 경제사 등이 하나 하나 연구된 이후에야 비로서 그 실체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네번째 책은 실상 1999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나의 머리속에 떠나지 않고 있는 책이다. 그간 인물사 등 여러 글들을 쓰기는 했지만, 가장 중심인 것은 이 책이다. 따라서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가 구상하고 있는 3부작 가운데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미 2000년 말에 첫 초고가 나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 그리고 사료의 추가 발굴과 주변 학문에 대한 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대략 2002년 상반기에는 꼭 나올 것이라고 내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있다. 제목은 나, 연개소문 또는 연개소문과 대국의 조건, 혹은 연개소문과 한국사의 전환 이런 정도가 될 것이다.

3부작의 나머지 책들은 을지문덕과 장수왕이 각각 살았던 시대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즉 5세기 고구려와 6세기 고구려를 각각 서술하는 것이다. 물론 4번째 책은 7세기를 중심으로 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꼭 서기 연간에 맞춘 시기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고구려 후기사 - 광개토대왕 등극 이후를 나는 크게 보아 고구려 후기로 본다 - 연구를 3부작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 것이다.
또 고구려와 뒷 시대를 비교하는 연구도 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5번째 책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원고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크게 고구려를 정리하고 시대별로 접근해 간다. 그리고 여기에 곁다리를 친다. 지금 생활사, 인물사를 했으니, 다음에는 과학사, 외교사, 문화사, 종교사상사, 전쟁사, 제도사, 경제사 등을 틈틈히 연구하고자 한다. 아마도 3부작이 다 완성된 후에는 그때는 첫 책인 고구려의 발견을 전면 수정한 고구려의 재발견을 출간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연구한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는다.

나는 고구려 역사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고구려를 우리가 옳게 계승하지 못하고 고구려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구려가 실패한 역사가 아니되려면 우리가 고구려를 제대로 알고 고구려인의 삶의 태도와 그 문화를 옳게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연구가 쌓여야 한다. 나는 내 입장과 다른 관점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그가 한국인이라면 배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지금 한명의 연구자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