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글들

하게타카. 오늘의 우리 경제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드라마다. 꼭 봐라.

영양대왕 2008. 10. 28. 21:32

 

하게타카-콘돌 (ハゲタカ)

 

 * 요즘은 이런 드라마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다. 검색용어 '콘돌' 그럼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다.  

   나는 다운 받아서 재생속도 2배로 올려놓고 6편 전부를 한 3시간만에 보았다. 

   꼭 봐라. 혹여 이 블러그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왜 봐야하는지는 보고 나면 알 것이다. 

 * 드라마에 대한 평은 아래에서 퍼왔다.

 몽트뢰의 재즈와 일드이야기 | 몽트뢰
원본 http://blog.naver.com/levee92/120056236823  

 

   ■ 제 작 :  후지 TV

   ■ 방 영 :  2007. 02. 17 ~ 2007. 03. 24, 토요일 밤 9시, 6부작

   ■ 출 연 :  오오모리 나오(大森南朋), 시바타 쿄헤이(柴田恭兵)

                 마츠다 류헤이(松田龍平), 쿠리야마 치아키(栗山千明)

                 오오스기 렌(大杉漣), 타나카 민(田中泯)

   ■ 원 작 : 마야마 진(真山仁)

   ■ 각 본 : 하야시 코지(林宏司)

   ■ 연 출 : 아베 야스히코(阿部康彦)


비단 일본드라마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좋은 작품과 흥행성은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드라마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화제작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드라마를 가끔씩 발견하게 됩니다. 저주받은 걸작, 숨겨진 보석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는 이런 작품들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방영 당시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에 회자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 하게타카도 그런 저주받은 걸작 중에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컸던 것은 이 드라마가 방송된 방송국이 NHK라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국영방송국인 KBS에서도 수많은 히트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국영방송국인 NHK는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체의 광고수입이 없다보니 광고비를 올리기 위해서 시청률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가 없어지고 그런 만큼 꼭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방송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영향으로 정치성이나 사회성 짙은 작품 또는 사극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드라마 제작을 하지 않는 NHK의 특성으로 인해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들은 사람들에게 그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서 딱딱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부작용도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이 작품의 주연을 연기한 두 남자배우의 인지도도 연속드라마의 주연을 맡기에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머리 아픈 숫자 놀음을 하기 싫은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 주연 배우들의 면면도 그다지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솔직히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의 흥행참패는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HK는 이 드라마를 제작 방영했습니다. 보통의 민영방송국이었다면 이런 작품은 아예 제작조차도 시도하지 않았을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에만 편향되지 않고 이와 같이 정치적, 사회적 현안을 다룬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NHK라는 국영방송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게타카같은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방영 당시에는 이런 작품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지나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어렵게 찾아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하게타카라는 말은 일본어로 독수리나 콘돌 같은 대형 육식 조류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것이 하늘 높은 곳에서 빙빙 돌며 배회하다가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먹잇감을 발견하면 잽싸게 달려들어 배를 채우는 이 동물의 습성을 본떠서 망해가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적대적 M&A, 가혹한 구조조정 등의 방법을 거쳐서 비싸게 되파는 기업 사냥꾼들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게 된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게타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제목만으로 드라마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 건지 손쉽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온갖 경제 용어가 즐비하게 쏟아지는 이 드라마는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런 용어쯤은 몰라도 쉽게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한 관점이 그 용어의 뜻과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돈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돈의 노예로 전락해 버린 인간의 존재, 돈의 유무에 따라서 인간의 가치도 변하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의 모습을 일본 경제의 최대 위기였던 버블경제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게타카의 매회 첫 장면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의 비극은 두 가지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돈이 없는 비극.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돈이 많은 비극. 이 세상은 돈이다. 돈이 비극을 낳는다.’ 이 세상 모든 비극의 출발점은 결국 돈이라는 말이죠.


그리고 이 드라마의 매회 끝 장면에는 돈 비가 내리는 하늘을 향해서 힘껏 손을 뻗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노인이건 어린아이건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쏟아지는 만 엔짜리 지폐를 향해서 힘차게 손을 내밀어 보지만 그들의 손에 지폐가 닿는 순간 그 지폐의 형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어느새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됐지만 돈은 욕심을 내면 낼수록 자신의 눈앞에서 멀어지는 법,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을 지배할 줄 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게타카는 경제를 매개체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담겨져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건 결국에는 항상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마무리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섬뜩할 만큼 사실적으로 인간의 연약함과 사악함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어쩔 수없이 그 연약하고 사악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서 희망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6부작이라는 타 방송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편성이지만, 편당 방송시간이 1시간이기 때문에 보통 45분 정도의 길이를 가진 연속드라마와 비교하면 8부작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의 길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편당 1시간이라는 점이 일반 드라마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게타카는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며 이 시간차를 무난히 극복하고 있습니다. 나중으로 갈수록 오히려 1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만큼 드라마 속 상황들은 빠르게 급변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몇몇 부분에서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으로 이어지며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하게타카라는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점의 시대적 배경은 1998년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유명한 버블 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었던 거죠. 1985년 9월 22일 미국, 영국, 서독, 프랑스 그리고 일본 이렇게 선진 5개국이 모여서 소위 프라자 합의(Plaza Accord)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나온 합의문은 미국이 자신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율에 조정을 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 합의문으로 인해 일본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달러에 250엔 하던 것이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 만에 120엔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일본 경제는 엄청난 외화보유고를 자랑하며 돈이 남아돌아서 주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은행들은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지 못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고, 은행에서 마음껏 돈을 빌린 기업들은 돈의 사용처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부동산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100원하던 물건을 200원에 사서 다시 400원에 팔 수 있다면 이 장사를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가지만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만 계속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죠. 그러나 1990년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 일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렇게 계속적으로 부풀어 오르던 거품을 펑하고 터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잠깐 동안의 달콤했던 꿈같은 세월을 마감하고 일본 경제는 기다긴 암흑의 터널로 들어서게 됩니다. 하게타카는 일본이 버블 경제의 후유증을 수습하느라 소비했던 ‘잃어버린 10년’의 거의 막바지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다시 경제가 성장을 시작한 현 시점까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본격 경제 드라마라는 간판을 달고 나와도 남녀 간의 사랑노름에 더 열을 쏟는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달리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경제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도대체가 돈을 버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 최고의 경제 불황기에 망해가는 기업을 노려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하게타카는 일본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졌을까요? 일견 벼룩의 간을 빼먹는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도 버린 악질적인 장사꾼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의 썩어가는 심장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댄 구세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는 버블경제 붕괴 후의 일본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일말의 인간적인 동정심도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기업 사냥꾼 와시즈 마사히코(오오모리 나오분)와 자신이 도움을 거절한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엘리트 은행원 시바노 타케오(시바타 쿄헤이분)의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두 명의 주인공은 과거 같은 은행에서 상사와 부하로 인연을 맺었던 관계로 당시 부하였던 와시즈가 담당하던 영세 기계부품공장의 사장이 은행의 대출거부 입장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되면서 이 둘 사이의 관계를 틀어지게 됩니다. 괴로워하던 와시즈시바노는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는 말로 위로하고 이후 와시즈는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저하게 자본주의 사상에 입각한 냉혹한 펀드 매니저로 거듭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주요인물이 더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은 와시즈가 대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영세 기계부품공장의 딸인 미시마 유카(쿠리야마 치아키분)로 그녀는 이후 방송국 기자가 되어 와시즈시바노 간의 싸움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게 됩니다. 또 한명은 와시즈가 귀국한 후 첫 번째로 무너뜨린 전통 깊은 여관 니시노야의 후계자인 니시노 오사무(마츠다 류헤이분)로 여관이 와시즈의 손에 넘어간 뒤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병적으로 돈에 집착하기 시작해서 훗날 각광받는 신흥 IT기업의 사장으로 변신하여 와시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직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한 가지 목표밖에 없어 보이는 와시즈를 바라보는 시바노는 처음에는 과거의 순박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의 냉혹함 앞에서 당혹스러워 하지만, 인수합병과 비정한 구조조정은 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와시즈와 정면승부를 펼치게 됩니다. 회사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공부를 시킬 정도로 전도유망했던 시바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은행 체제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 드라마 중반부에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나옵니다. 이렇게 해서 와시즈시바노 사이의 전쟁은 와시즈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 보이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시바노가 턴어라운드 매니저라는 기업 재생 전문가로 다시 돌아오면서 그들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드라마 하게타카를 얘기하면서 배우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본 뒤 프로필을 찾아보니 영화와 공연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쌓은 아버지와 형을 두고 있었던 와시즈 마사히코 역의 오오모리 나오는 과거의 사람 좋은 웃음과 현재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한 표정이 과연 동일인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느낌을 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몇몇 작품에서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으로 출연한 것이 그가 가진 경력의 전부임에도 이런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바노 타케오 역의 시바타 쿄헤이 역시 영화 69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아버지로 출연했다는 점을 빼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전무하다싶은데도 어떻게 이런 표정과 연기가 가능한 걸까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이와 더불어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인 니시노 오사무 역의 마츠다 류헤이하게타카 전까지는 지독스러울 정도로 영화 출연만을 고집해왔는데, 드디어 이 작품을 통해서 2000년 후지TV의 3억 엔 사건 이후 7년 만에 다시 브라운관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출연에는 흥미진진한 뒷얘기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원래 이 배역은 다케우치 유코의 남편으로 더욱 유명해진 나카무라 시도우가 내정되어 있었는데, 그의 불륜이 원인이 되어 다케우치 유코와 이혼하게 된데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겹치면서 스스로 출연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대타로 마츠다 류헤이가 낙점되었고 두 사람 사이의 나이 차이를 감안해서 이 인물의 나이를 대폭 낮추는 등의 대본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주요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미시마 유카 역의 쿠리야마 치아키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인지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여성보다도 어딘지 어둡고 강한 성격을 가진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그런 그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집요하고 열정 강한 기자 역할을 맡아서 예의 그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와시즈는 시종일관 과거 은행원이었던 시절의 사건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현재 입장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변함없이 냉혹한 외자펀드 대표로써 회사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하나씩 먹어치웁니다. 그러던 그가 극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돈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데, 이 변화과정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이 하게타카가 가진 약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떻게 보면 와시즈가 가진 기업과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이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가장 큰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신념이 변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단지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얽혀 있는 미시마와의 관계를 통해서 어느 날 갑자기 회사의 뜻을 거스르는 돌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라는 국가적인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다시 조금씩 경제대국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일본이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째로 도둑맞았다고까지 느끼고 있는 혹독했던 버블경제 붕괴 이후의 경제 회복 과정을 다룬 이 드라마를 보면서 IMF 시절의 우리나라를 투영시켜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 역시 방만해진 기업의 덩치를 줄인다는 명목 아래 수많은 명예 퇴직자를 양산시켰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을 택한 사람들의 소식을 매일 밤 TV를 통해서 접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수없이 되뇌면서도 정작 그 돈 때문에 삶의 구렁텅이로 내몰린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뭐가 나쁘냐, 뭐가 잘 못 됐느냐고 외치던 와시즈의 항변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심정이 뼈저리게 이해가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