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사연재글

2007년 소년한국일보연재 36회 - 백제부흥군의 저항

영양대왕 2007. 12. 5. 16:56
'집안 싸움'하다 부흥 기회 놓쳐 끝내 멸망
[해양강국 백제를 찾아서] 의자왕 투항하자 부흥군 일어났으나 '3년간 저항' 물거품

백제인들이 당나라군을 피해 강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사연을 간직한 낙화암.

백제 부흥을 위한 움직임

660년 7월 12일 사비성에서 당과 신라의 연합군에 포위된 의자왕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의자왕은 많은 선물을 주며 당나라 군대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을 당하지요. 그러자 다음 날 밤 몰래 일부 신하들과 함께 웅진성으로 피난을 갑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자 의자왕의 아들 융은 신하 대좌평 천복과 함께 사비성을 나와 항복을 합니다. 웅진성으로 피한 의자왕도 결국 7월 18일에 투항하게 되지요.

이로써 678 년 간의 백제 역사는 막을 내립니다. 당나라와 신라는 백제를 점령한 뒤, 대대적인 약탈을 하고 사람들도 죽였습니다. 그러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백제인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부흥군을 일으킵니다. 부흥군을 지휘하게 된 사람은 왕족인 복신과 승려 출신의 도침입니다.

이들은 임존성을 근거로 당나라 소정방의 군대를 물리치면서 백제 부흥군의 중심이 되었지요. 복신은 의자왕이 항복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660년 9월 말, 사비성을 거의 되찾을 뻔 합니다. 하지만 신라군의 거센 공격을 받아 결국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요.

낙화암에서 궁녀들이 빠지는 모습을 그린 부여 고란사의 벽화.

복신과 도침은 왜국에 사신을 보내 왕자인 부여풍을 귀국시키도록 요청했습니다. 부여풍은 661년 9월에 돌아와 백제 부흥국의 왕이 되었어요. 복신이 부여풍을 임금으로 모신 것은 대다수의 백제 왕족들이 죽거나 당에 포로로 잡혀가 왕위를 이을 마땅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풍왕자를 통해 왜국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으려는 의도도 있었지요.

풍왕은 주류성을 백제 부흥국의 수도로 삼았습니다. 이곳에서 궁수 부대와 기병대를 조직하고, 군량을 마련하는 등 백제 부흥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지요. 백제 부흥군은 먼저 당과 신라의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임진강 입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는 패했지만, 복신이 이끄는 부흥군의 경우 두량윤성 전투에서 신라의 대군을 크게 물리치게 됩니다.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많은 백제 유민들은 부흥군을 돕고자 나서기 시작합니다. 흑치상지 장군은 무려 200 개의 성을 되찾았지요.

부흥군은 군량 수송로를 막아 당나라 군대를 곤란한 지경에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이 때 당나라는 661년 여름에서 662년 2월까지 벌어진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크게 패하자, 백제 지역에 있는 군대마저 철수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백제 부흥군의 공격이 그만큼 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나라 군대는 철수하는 대신 신라와 합세해 백제 부흥군을 공격합니다.

백제 부흥군, 내부 갈등으로 결국 무너져

이런 시점에서 부흥군 지도자끼리 갈등이 생깁니다. 복신이 동지였던 도침을 죽이고 군사 지휘권을 차지한 뒤 풍왕을 따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663년 6월 위기를 느낀 풍왕은 복신을 죽입니다. 부흥군 최고의 장군이 죽임을 당하자, 부흥군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백제 부흥군을 도우러 온 왜군이 663년 8월 28일 백강 전투에서 당나라군에게 크게 패하게 되지요. 그러자 풍왕은 서둘러 고구려로 배를 타고 달아나 버립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라군이 백제 부흥군의 중심인 주류성을 9월 7일 함락시키기에 이릅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있는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백제 부흥군은 임존성 지수신의 군대였습니다. 한때 백제 부흥군의 중심 인물이었지만, 당나라에 항복한 흑치상지를 앞세운 당군은 임존성을 공격합니다. 마침내 임존성마저 당과 신라군에게 함락됨으로써 3 년 간에 걸친 백제 부흥 전쟁도 막을 내리고 맙니다.

백제 부흥군의 적은 당과 신라였습니다. 하지만 백제 부흥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내부 갈등으로 힘을 합치지 못한 것이었답니다.

/김용만(우리 역사 문화 연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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