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사연재글

2001년 소년한국일보연재 19회 - 중국 역사책에기록된 백제인의 생활

영양대왕 2007. 7. 30. 06:29
[해양강국 백제를 찾아서] 외복·외모·풍습 등 고구려 영향받아
출생 신분 따라 사회 생활 결정… 다양한 음식·놀이 즐겨

타이완 국립 고궁 박물관에 있는 삼국사신도. 중국 당나라의 화가 염립본이 그린 왕희도(王會圖)에 나타난 백제(왼쪽), 고구려(가운데), 신라(오른쪽) 사신의 모습을 보면 서로 외모와 의복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제 사람들의 생활상은 어떠했을까요?

중국 양나라의 역사책 ‘양서’에는 ‘백제인들은 키가 크고 의복이 깨끗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북쪽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키가 큽니다. 백제인들이 왜국인이나 양나라 사람들보다 키가 컸던 이유는 백제를 세운 사람들이 북쪽 고구려에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의복은 고구려와 비슷했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됩니다. 백제ㆍ왜 등 외국 사신들을 그린 양나라 시대의 ‘양직공도’에는 백제와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자들은 얼굴에 분을 바르거나 눈썹 그리는 것을 즐겨 하지 않았고, 처녀들은 머리를 땋아 뒤로 드리웠다가 시집을 가면 두 갈래로 나누어 머리 위로 틀어 올렸지요.

황칠수 나무 수액을 바른 은 그릇

임금은 소매가 큰 자주색 도포에 푸른 비단 바지를 입고, 금 꽃으로 장식한 검은 비단 모자를 썼습니다. 또 허리에는 흰 가죽띠를 두르고 까만 가죽신을 신었지요. 관리들은 비취색 옷을 입고 은 꽃으로 모자를 장식했는데, 아침 조회나 제사 등의 큰 행사를 지낼 때에는 관의 양쪽 곁에 새의 깃털을 꽂았다고 합니다. 일반 백성들은 비취색이나 자주색 옷을 입을 수 없었습니다.

백제 사람들은 중국인들과 달리 옷을 깨끗하게 입고 목욕도 자주 했습니다.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는 왜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말 타기와 활 쏘기를 즐겼으며, 두 손을 땅에 닿게 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장례는 부모나 남편이 죽으면 3 년간 상복을 입는 고구려의 풍습 그대로였습니다. 매년 4 차례에 걸쳐 하늘신과 백제 시조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지요.

체계적인 법과 신분제

법은 몇 가지 항목이 전해집니다. 반역을 한 사람은 사형하고 가족들은 노예로 삼았습니다. 관리로써 뇌물을 받거나 도둑질을 한 사람은 그 물건의 3 배를 갚아야 했고, 죽을 때까지 관리가 되는 것을 금지했답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인 자는 노비 3 명을 내는 것으로 용서를 받았습니다.

백성으로부터는 베, 비단, 마, 쌀 등으로 세금을 거두었으며, 풍년과 흉년에 따라 그 양을 달리 하였지요. 백제는 땅이 매우 습하여 사람들이 산에서 산다고 하는 기록도 있는데, 이는 백성들의 집 대부분이 물이 나오는 산과 평지가 만나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백제 사람들은 다양한 음악과, 바둑ㆍ투호 등의 놀이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백제는 농사 짓기 좋은 땅을 가진 만큼, 쌀ㆍ보리ㆍ콩ㆍ조ㆍ수수 등을 재배했어요. 다양한 채소와 과일, 술도 즐겨 먹었답니다. 또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을 키웠지요. 백제의 특산물로는 굵은 밤과 인삼, 황칠수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황칠수 나무는 전라 남도 해안의 섬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상처를 내면 금빛의 수액이 나옵니다. 이것으로 칠을 한 황금색 갑옷인 금휴개는 백제의 가장 유명한 특산품입니다.

백제의 수도에는 1만 호 5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합니다. 도성은 상부ㆍ전부ㆍ중부ㆍ하부ㆍ후부 등 5 부로 나뉘는데, 이는 부여ㆍ고구려의 5부제와 같습니다. 각 부에는 다섯 동네(항)가 있고, 관리와 일반 백성들이 거주했지요. 나라 안에는 22 개의 담로라는 중요한 읍이 있습니다. 이 곳에는 왕족들이 거주하면서 지방을 다스렸어요. 백제는 귀족들의 힘이 매우 강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사씨ㆍ연씨ㆍ협씨ㆍ해씨ㆍ국씨ㆍ목씨ㆍ백씨ㆍ진씨 등 8 개 성을 가진 귀족들의 세력이 컸지요. 신라처럼 골품제 사회는 아니었지만, 백제도 타고난 신분에 따라 사회 생활이 결정되는 사회였습니다./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