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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주의적 역사관으로 본 연개소문      |
연개소문의 후예 |
연개소문전.
저자는 연개소문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그런데 연개소문뿐만 아니라, 한국사에서 그토록 중요하다는 고-당 전쟁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저자는 고-당 전쟁과 연개소문에 대해서 엄청난 사료를 인용하며 그 실상을 밝힌다. 놀랍다. 아니 왜 이런 사료들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가. 저자의 내공이 다른 연구자들보다 월등히 높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학자들이 갖는 학문적 경향 때문인 듯하다. 그냥 사료를 믿어버리는 습관. 저자는 서문에서 부터 룩관텐이 말한 "중국병"이란 말로 중국 사료를 맹목적으로 인용하는 것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마도 "상대주의적 역사관"이 아닐까.
고구려를 고구려의 입장에서 보자. 저자의 메세지는 이것이다.
고구려를 고구려의 입장에서 설명하다보니 다소 고구려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 드러나는 곳도 보이지만, 정말 당시 상황에서 연개소문과 고구려에 대한 실상이 너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밝힌 새로운 사실만도 족히 20여개는 넘을 듯하다.
<고구려의 발견>을 읽으면서 가졌던 저자 김용만에 대한 신뢰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두터워진다. 그는 참으로 성실하게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임에 분명하다.
연개소문은 왜, 어떻게, 이렇게 했을까. 고구려는 왜 이렇게 했고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왜 당나라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연개소문전은 저자의 이러한 의문들을 풀어가는 책들이다. 누구나 한번쯤 의심을 해보았을 문제들을 그는 집요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그의 상대주의적 역사관은 아주 돋보인다.
맹목적인 연개소문 칭찬이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서 연개소문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다 지적하는 그의 글은 균형이 잡혀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맹목적인 고구려 신봉자들에게는 그의 글이 눈에 안 찰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성공한 영웅에게서 배울 점보다는 다소 실패한 자에게서 더 많이 배울 것이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균형잡힌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와 연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 고-당 전쟁의 실상은 기존의 지식을 여지없이 박살내버린다. 참으로 우리는 너무도 역사를 안일하게 보았구나라는 반성을 하게된다. 각종 병법이나 정치학의 이론, 고구려사만이 아닌 당나라 역사, 철륵과 설연타, 돌궐 등 유목국가의 역사 등 책에 담겨진 내용은 정말 저자가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연구했음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그러면서도 논리적으로 철저히 따져가는 문장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 책은 고구려 책들 가운데 최고의 책으로 평가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다. 풍부한 주석이 담겨져 있어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조금은 성급하게 연개소문의 사후의 일을 정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부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고구려 유민들이 끌려가서 당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고, 고구려 고토는 어찌 되었는지, 신라는 또 어떻게 되었는지. 이걸 다 풀려면 또 한권의 책이 나오려나.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역사서에서 이렇게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고맙다.
그리고 요즘 고구려사를 중국이 넘보느니 마느니 하는데, 이런 책들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이 말로 확실하게 중국의 탐욕에 대항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을 중국인들이 읽는다면 차마 고구려사를 편입하느니 하는 수작은 부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고구려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만난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
2003-11-06 오전 1:25: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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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365에서 찾아낸 나의 책 [새로쓰는 연개소문전]에 대한 서평이다. 몇년이 지났지만, 이런 서평이 있었는 줄 몰랐다.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에 올라오지 않아서 몰랐던 것일테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집어낸 독자가 고맙다.
상대주의적 역사관을 강조하고 있는 나는 올해 안에 출간을 목표로 원고와 씨름한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밝히고자 했던 고구려사의 의문들을 하나 하나 풀고자 한다.
강한 민족주의자였던 대학생 시절의 뜨거운 열정이, 이제는 치밀한 냉정으로 변해있다.
진실 앞에서는 내가 사랑했던 것마저도 처절하게 비판하는 날카로움을 더욱 더 다져야 한다.
동정심과 맹목적 애정이 빚어낸 숱한 오해와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과거사로 부터 우리가 배울 것, 비판할 것을 선별해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나의 상대주의적 역사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