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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산성의 지휘대인 점장대(료망대). |
환도산성은 국내성에서 불과 2.5 km 거리에 있는 성으로 둘레가 6951 m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큽니다. 당시 환도산성은 전쟁 때 피신한 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능선 따라 성벽 쌓아
고구려 수도의 성은 평지에 성이 있고, 그 뒤편 산에 산성이 있어 서로 짝을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첫 수도인 오녀산성은 평지성인 하고성자성과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세 번째 수도인 안학궁성 역시 대성산성과 짝을 이루고 있지요.
그러다가 평원왕(586년) 때 네 번째 수도가 된 장안성의 경우 궁성 외곽에 튼튼한 성벽을 쌓아 산성과 평지성의 구분이 비로소 없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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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산성 남문의 옹성 구조. 항아리꼴로 쌓았다. |
환도산성은 국내성과 마찬가지로 2004년 세계 유산으로 지정 받기 위해 대대적인 발굴 조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남서문 1 개와 왕궁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가 발견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어요.
환도산성은 산(652 m)을 배경으로 주위 능선을 따라 성벽이 갖춰져 있습니다. 성 전체가 계곡을 둘러싼 형태로 되어 있지요. 따라서 성 안에 7 개의 문이 있지만, 실제로 적이 공격할 수 있는 성문은 땅의 높이가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남문뿐입니다. 게다가 남문 앞에는 물이 흘러 성의 방어력을 높여 주는 ‘해자’(성 밖으로 둘러서 판 못) 기능을 하고 있답니다.
만약 적군이 국내성까지 쳐들어오면, 고구려의 왕과 백성은 보다 튼튼한 이 성으로 옮겨 와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랜 기간 대항하려면 성 안에서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 안에 물이 넉넉하고, 성벽ㆍ성문이 튼튼해야 하며, 사람이 거주할 공간도 넓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환도산성입니다.
●고구려 성 특징·왕궁 모습 잘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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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산성 왕궁 발굴 터. |
환도산성 안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따라 개천을 만들어 놓았으며, 우물과 연못도 있습니다. 말에게 먹일 물을 모아 두었다는 ‘음마지’도 있지요. 또 크고 잘 다듬어진 돌로 만든 배수구가 성벽 아래쪽에 4 개나 갖춰져 있어 물이 한꺼번에 불어난다고 해도 끄떡없을 정도랍니다.
여기에다 적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남문은 옹성, 즉 항아리꼴로 되어 있습니다. 남문 자리에 뒤로 움푹 파지게 성벽을 쌓고 그 사이에 성문을 만들어 놓았지요. 이 성문을 공격할 때, 적들은 마치 독 안에 갇힌 것처럼 성문 앞에 모여 바글거리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방어하는 쪽의 조건이 유리합니다.
한편, 성 안에는 고구려군을 지휘하기 위해 점장대(료망대)라 불리는 지휘소가 있습니다. 약간 높은 구릉 위에 다시 돌을 쌓아 올린 인공적으로 만든 점장대에 오르면 적군의 움직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지요.
이 점장대 뒤쪽에는 병사의 숙소 터로 보이는 주춧돌이 발견됐으며, 최근에는 이 곳 동북쪽에 위치한 계단식 밭에서 11 개의 건물 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발굴이 더 이뤄진다면 고구려 왕궁의 실체도 점차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도산성은 이처럼 초기 고구려의 성의 특성과 왕궁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무척 귀중한 유산입니다.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