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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의 배경은 - (인용글)

영양대왕 2012. 3. 25. 00:47

**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현황을 볼 수 있는 것 좋은 통계 자료다.

   아직까지 소설가들이 일부 시대만 공부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그것은 곧 아직도 남은 공간이 많음을 의미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역발상해볼 수 있겠다..

 

김DB의 최종분석

역사소설이 사랑하는 시대는?

  • 2012.03.22
  • 조회 3062

 

대박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면, 일단 사극을 기획하고 볼 일이다. <선덕여왕>, <추노>, <뿌리깊은 나무> 그리고 <해를 품은 달>까지 최근 2~3년 사이의 히트 드라마들 중에는 사극이 유난히 눈에 띄니 말이다.
사극으로 장르를 정했으면 그 다음엔 시대를 결정해보자. 너무 많이 영화화/드라마화 되었다면 아무래도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지니까 좀 참신하면서도, 너무 자료가 없으면 곤란하니까 적당히 관련 책들이 있는, 그런 시대 없을까?
또 다른 <해품달>을 기획하는, 또는 기대하는 이들을 위해 김DB가 한국 역사소설을 시대별로 정리해봤다. 이번 주 주제는 바로, ‘역사소설이 사랑하는 시대’!
■ 자료, 이렇게 준비했다!
DB, 이번 주는 김DB라기 보단 김 노가다였다. 우선 한국역사소설로 분류된 책들 2,568권 중에서 시리즈물을 1권만 남기고 추렸다. 개정판이나 제목만 바뀌어서 다시 나온 책들도 추렸다. 일제시대까지를 다루기로 하고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책들은 제외했다.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사까지의 장대한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도 제외했다. 근현대사까지 포함하면 일이 너무 커지니까.
이렇게 추리고 보니 리스트가 617종으로 단촐해졌다. 그 다음부턴 다시 한 권씩 내용 확인! 그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이 전체 50.8%로 단연 압도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김DB가 아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보자.
■ 삼국시대
역사공부도 시켜주는 친절한 김DB! BC 1세기 즈음에 건국된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가야는 562년 가야가, 660년 백제가, 그리고 668년 고구려가 신라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삼국시대를 이루었는데, 여기에 935년까지 지속된 통일신라 시대까지 포함시켰다.
각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도서 종수 및 주요 키워드들을 다음과 같다. (* 괄호 안은 관련 도서 종수)
역사소설은 고구려를 사랑한다! 특히 광개토대왕을 말이다. 광개토대왕에 관한 책은 무려 19. 왕으로는 우리민족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책이 나왔다고나 할까.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들은 유난히 전쟁을 많이 다룬다. 고구려 건국(주몽)이나 수나라와의 일전인 살수대첩’,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국토확장, 당나라와의 안시성 전투(연개소문) 등 전쟁과 승리의 역사들이 대중과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이 반해 백제는, ‘비극비밀의 아이콘. 백제 전성기를 다루는 책보다는 멸망의 시기를 다루는 책이 많다. , 백제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문화를 전파하고 알고보면 일본 황실에는 백제인의 피가 흐른다는 가설도 흥미롭게 다뤄진다.
삼국시대 최후 승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은 많지 않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선덕여왕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더더욱 그렇다. 문학은 승자 보다는 패자를 더 사랑하는 걸까?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들>

■ 고려 시대
 
발해
고려
종수
14
53
주요 키워드 대조영(14) 왕건 (7)
천추태후 (9)
무신정권 (8)
삼별초 항쟁 (8)
공민왕&신돈 (8)
고려 시대는 거의 500년 가깝게 지속되었지만, 역사소설의 배경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고려 건국 시기, 무신정권과 삼별초 항쟁, 그리고 고려말기의 공민왕 시대 정도가 주요 배경이다. <왕건>을 제외하고는 고려 시대를 다룬 TV 드라마들이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그냥 잠깐 생각해봤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들>
■ 조선시대
* 괄호 안은 해당 도서 종수
조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임진왜란이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만 무려 43, 이 중에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도서가 11종이었다.
왕가의 권력 다툼으로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낸 계유정란이 가장 많이 소설화되었다. 계유정란과 관련된 책들은 모두 21. 권력을 향한 야심(수양대군), 비뚤어졌지만 어딘지 매력적인 모사가(한명회), 비극(단군), 지고지순한 사랑(단종비), 충정(김종서와 사육신), 그리고 야심가 여인(세조비 정희왕후)까지,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는 사건이기에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임금으로는 세종(13)과 정조(12)가 가장 많이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명성왕후 시해와 관련된 책도 12종이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들>
■ 역사소설, 그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한국 역사소설에는 은근히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인물들이 주인공인 책들이 많았다. 주로 삼국지나 춘추전국시대(공자, 노자, 장자, 손자 등) 인물들, 진시황, 징기스칸 등이 등장한다.
한국인이 등장하는, 하지만 배경은 외국인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세종 시대의 인물이 유럽으로 건너가 금속활자를 전해주는 『구텐베르크의 조선』(오세영, 예담), 임진왜란 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상인이 된 남자 이야기『베니스의 개성상인』(오세영, 예담), 조선 말기 멕시코로 이민 간 한인들의 이야기 『검은 꽃』(김영하, 문학동네),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 전투에 참가한 한국인을 그린 『아버지의 길』(이재익, 황소북스)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지금까지 역사소설의 시대 배경을 분석해보니, 우리 역사소설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만 너무 몰리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발굴되지 않은 역사, 조명 받지 않은 공간들이 아직도 많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상상력과 더 신선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소설의 빈 곳을 메워줄 새로운 작가들을 기대해본다.
| DB (교보문고 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