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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현장 경험의 소중함
영양대왕
2005. 9. 3. 01:13
지난 8월 10일-16일 고구려 역사유적을 답사한 후, 8월말까지 약 보름간의 기일동안 무척 빠쁜 날들이었다. 빠쁜 일상은 몸을 몹시 피곤하게 한다.
8월 31일 아침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역시 나이가 들었나. 아직 의욕은 20대인데, 몸은 역시 나이를 속일 수 없다보다.
고구려 역사 현장을 답사한 것이 벌써 7번째. 매번 다른 것들을 보고 온다.
같은 유적지를 보더라도 매번 느낌이 다르다. 첫 답사 때처럼 설레이는 마음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역사유적을 답사하면서 나는 옛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다.
역사현장을 답사하여 제대로 알지 않고 역사를 쓰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도 한다.
백두산을 갈때에 비가 오고 천둥이 쳤고, 진흙땅 길에서 택시가 빠지는 가운데 비를 맞으면서 차에 내려서 산 길을 걷는 낮선 경험들이 나의 영감을 깨우기도 한다.
고구려 사람들도 내가 지금 갖고 있던 백두산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까.
백두산 답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보통 8월 가장 날씨가 좋은 날에 버스를 타고 편하게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를 본 것으로 만족한다.
나도 백두산에 5번이나 올랐다. 그런데 한 번은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 40도의 추위에서 백두산 봉우리에 올랐고, 한번은 감기 몸살을 앓으면서 백두산을 걸어서 등정하기도 했고, 또 한번은 이번처럼 산에 도착하는데만 통화에서 13시간이나 택시를 타는 난관도 겪었다.
그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백두산이 다가온다.
고구려 유적지에 대한 생각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 장군총에 위에 향당이 있을 것이라는 논문을 본 후, 장군총을 보았기에 장군총 7단 위에 있는 구멍만이 보였다. 그런데 점차 학자들이 장군총과 태왕릉만을 보고 그 위에 향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논문을 보면서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태왕릉과 유사한 크기의 천추총이나 칠성한 711호분, 서대총, 임강총 등을 보면서 저 위에도 향당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을까. 아니 직접 본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게 될 것이다.
현장을 자주 보지 않고 역사 연구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또 다시 고구려 답사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